나는 원래 꾸준한 사람이 아니었다.
의지가 강한 편도 아니고, 계획을 끝까지 지키는 성격도 아니다.
다만 한 가지, 기록만은 비교적 오래 해왔다.
처음부터 잘 쓰려고 했던 건 아니다.
그날의 상황, 그때의 기분,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짧게라도 남겼다.
지금 돌아보면 대부분 엉성한 기록이고,
대단한 통찰이 담겨 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기록은 계속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은 꾸준함을 의지의 문제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느낀 꾸준함은 조금 달랐다.
잘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남아 있으냐의 문제에 더 가까웠다.
기록이 남아 있으면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를 붙잡아 준다.
흔들리던 날의 메모 하나,
포기하고 싶던 날의 짧은 문장 하나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지난 5년 동안
나는 늘 성실하지도 않았고,
계획을 완벽하게 지킨 적도 거의 없다.
하지만 기록만은 계속 남아 있었다.
그 기록들이 쌓이며
나는 어느 순간 "꾸준한 사람"처럼 보이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꾸준해진 게 아니라,
기록이 날를 계속 불러 세운 것 같다.
포기해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자리를
항상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생각한다.
꾸준해지고 싶다면
먼저 잘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한 줄이면 충분하고, 엉망이어도 괜찮다.
중요한 건 그날의 흔적이 남아 있는가 하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대단한 계획 대신, 작은 기록 하나를 남긴다.
꾸준함은 성격이 아니라,
기록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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