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기록 - 모두가 타라고 할 때, 나는 한 번 더 째려봤다

 
직전에 몇 번,
차트를 보면 시장의 관심을 받는 신호들이 분명히 있었다.
 
거래량이 붙기 시작했고,
이전과는 다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뉴스와 커뮤니티 언급도 동시에 늘었다.
차트를 조금이라도 보는 사람이라면
"이제 시동 거는 거 아니야?"
라고 말할 만한 장면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나는 그 신호를 꽤 진지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아니, 사실은
믿고 싶어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신호를 선뜻 믿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의 동료들이 이미 그 종목을
1년 전부터 매수해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들 자연슬럽게 말했다.
 
"우린 그때부터 보고 있었어."
"지금도 늦진 않은 것 같은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다들 이미 수익권에 있었고,
나만 뒤에 서 있는 느낌이 들었다.
FOMO라는 감정이
이론이 아니라 현실의 압박으로 다가왔다.
 
더군다나 당시 시장은
정부 정책을 중심으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를 부양하려는 흐름이 분명했다.
자금은 빠르게 돌고 있었고,
증시 예탁금은 역사적 기록을 달성한 데다가
그 분위기를 탄 종목들은
하루가 다르게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었다.
 
아니, 급등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장에서는
'기회'와 '조급함'의 경계가
유난히 얇아진다.
 
차트를 다시 차분히 들여다보니
내가 계속 마음에 걸렸던 지점은 여전히 같았다.
내가 믿고 있는 기준에 아직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거래대금은
내가 기준으로 삼는 수준까지는 아니었고,
시세를 밀어 올리는 장대양봉보다는 
상승할 때마다 윗꼬리를 달고 내려오는
불안정한 흐름이 반복되고 있었다..
 
급등은 있었지만,
그 급등을 받은 힘이
차트 전체에 고르게 퍼져 있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종목은 야금야금 서서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분위기는 뜨거운데,
막상 들어가고 나면
왜 그 시점이었는지,
왜 그 가격이었는지,
나중의 내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던 선택들.
 
그래서 이번에도
차트보다 먼저 기록을 열어봤다.
 
과거에 비슷한 흐름에서
나는 왜 들어갔는지,
그때 어떤 감정이 앞섰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시간이 지나 어떤 모습으로 남았는지.
 
돌아보면
그때의 나는
신호를 믿었던 게 아니라
분위기 속에 있는 나 자신을 믿고 싶어 했던 것이 가까웠다.
 
이번에 멈출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조심스러워졌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미 다른 종목들에서
수익을 내고 있었고,
수익권에 있는 보유 종목들도 있었다.
그 사실은
내게 중요한 심리적 기반이 되어주었다.
 
굳이 지금 이 종목이 아니어도
나는 이미 시장 안에 있었다.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감각보다
이미 선택한 것들을
차분히 끌고 가고 있다는 감각이 더 컸다.
 
주변의 동료들이 모두 같은 종목을 이야기할 때에도
나는 굳이 그 대열에 설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나의 기준,
시장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각,
최근 증시 분위기와 형성되는 테마를 바탕으로
이미 판단해 두었던 종목들이 있었고,
그 선택들 속에서
나름의 만족과 안정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들 매수하라고 말해도
그럴 수 없었다.
 
신호가 없어서가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는
그 신호를 따라야 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았다.
 
10년 전의 나라면
아마 덜컥 매수했을 것이다.
남들이 들어간다는 말 한마디에
차트보다 감정을 먼저 믿었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의 나는
한 번 더 째려보는 습관이 생겼다.
 
왜 오르는지,
왜 지금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이 선택을
미래의 내가 설명할 수 있을지.
 
그 질문들 앞에서
선뜻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나는 예전처럼 쉽게 버튼을 누르지 않는다.
 
신호를 보고도 멈췄다면
그건 기회를 놓친 게 아니라
기준이 실제로 작동한 순간일 수 있다.
 
적어도 오늘의 나는
그렇게 기록해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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